| 〈스윙 키즈〉 - ＂이데올로기 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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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계백은 마지막 전투에 나서기 전에 일가족을 죽이고 본인도 장렬히 전사한다. 나는 계백의 용맹함과 충성을 강조한 이 에피소드가 너무도 불편하다. 그의 모습은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가부장제 국가 이데올로기가 만든 괴물과도 같다. 가족이 개인의 소유물인가? 지킬 수 없다면 버려야 하는가? 고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계백의 에피소드가 동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에 더욱 불편하다. 한 블로그 이웃은 주말 서울역 인근 박근혜 석방을 요구하며 북한과의 통일은 재앙이라고 악을 쓰며 구호를 외치는 노인들을 보면서 나이 듦의 전형이 저런 모습이라면 공포스럽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카프카의 도끼를 언급하며 지성의 힘은 어디에 있는지 탄식했다. 나는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며 서글퍼졌다. 그의 생각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해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과거가 단순히 지켜야 하고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괴물이 된 태극기 부대 시대착오적이다.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하기를 갈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스윙 키즈>는 이데올로기에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는 6.25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자본주의로 전향한 북한 군인과,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또 다른 북한 포로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다툼 사이에 새로 부임한 미군 수용소장은 자본주의 체제 옹호를 위한 댄스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댄스단 결성에 책임을 진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잭슨 상사는 댄스단을 결성하고 공연을 준비한다. 잭슨은 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진 단원들을 결성한다. 돈, 자유,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그들은 탭댄스라는 자유를 향한 몸짓에 참여한다. 주목할 것은 이들 중에 북한 전쟁 영웅의 동생 로기수의 참여이다. 극중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북한 포로로 공산주의라는 체제를 지켜야 하는 전쟁 영웅의 동생의 모습과, 춤추고 싶은 개인의 욕망 사이에 갈등하는 로기수의 모습이 그려진다.
 <스윙 키즈>는 스윙 음악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이들의 팀명이다. 영화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짓 밟힌 자유를 회복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풀어간다. 북한군 전쟁 포로의 자극적인 선동과 이데올로기적 대립도 함께 갈등의 유발 요소로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결국 각자의 목적을 위해 스윙 키즈들은 팀 결성과 연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대에 선다. 공연의 이름은 'Fucking ideology' . 팀 리더 잭슨의 선언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 어느 쪽도 아닌 <스윙 키즈>를 선택한다. 수용소장의 프로파겐더를 지지하지 않으며, 공산주의 체제의 폭력성을 질타하면서 오로지 탭댄스라는 예술에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의 서사에만 집중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웰컴 투 동막골'과 같은 유사한 영화와의 비교를 거부하며, 영화 자체에 천착했다. 혹자는 <스윙 키즈>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메시지가 구태의연한 영화라고 지적했지만 나는 영화에서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유를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연출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개인의 욕망을 우선시한 주인공들의 내면의 갈등이 좀 더 내밀하고 밀도 있게 그려졌으면 하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영화는 그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잭슨과 로기수의 산등성 탭댄스 배틀이 여운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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