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승완 〈모가디슈〉 - 체제와 이념을 뛰어 넘는 생존본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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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개봉 : 2021.7 / 액션 / 한국 감독 : 류승완 출연 : 김윤석(한신성 대사 역), 조인성(강대진 참사관 역), 허준호(림용수 대사 역), 구 교환(태준 기 참사관 역), 정만식(공수철 서기관)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에 안 가본 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3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아들과 함께 주말에 8시에 요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모가디슈>를 관람했다. 관람객이 우릴 포함해 8명이다. 과거에는 조조 시간대가 7시였는데 요즘은 8시로 바뀌었나 보다. 8시가 첫 영화 시간이다. 영화관에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없다. 셀프 발권을 했다. 코로나 덕(?)에 점점 직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풍경 중에 하나. 좀 더 지나면 영화표를 확인하는 직원까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왠지 씁쓸하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남북한 외교관 가족 탈출이라는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으로 무법천지가 된 모가디슈에서 외교관이라는 신분적 특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소말리아 탈출기를 영화적 재미와 감동을 가미해 스크린에 실현했다. 상영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으로 볼 때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다면 천만 관객도 충분히 넘어섰을 것이다. 아직 상영 중이니 기대해 볼 만하다.  소말리아 내전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정부의 부패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게다. 영화는 정부가 주요 요직을 대통령 친인척으로 배치하고,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뇌물을 통해 자신의 부와 지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관이 자신들의 자녀의 유학 비용 등 장학금 제공을 타국의 외교관에게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장면은 소말리아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반군으로부터 외교 공관을 지키기 위해 경비대를 지원하면서도 뇌물이 오고 간다. 내전 상황은 소말리아 정부의 부패가 만들어놓은 측면이 크다. 반군과 정부군 간의 교전 상황은 소말리아에 파견된 각국 외교관들을 위험한 상태로 몰고 간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렇게 소말리아의 상황의 급박함을 잘 표현해 내며 모가디슈 탈출의 당위성과 엄중함을 강조한다.  시위대가 정부군에 의해 폭행과 죽임을 당하는 모습은 광주 민주 항쟁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류 감독은 배우들의 대사에 이념 대립의 시기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깨알같이 가미한다. 한 신성 대사(김윤석)는 북한 림용수 대사가 왼손잡이냐는 질문에 답한다. “양손 다 씁니다. 왼손만 쓰면 좌파라 해서…”,  1991년 한국은 UN 가입을 위해 유엔 회원국인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 소말리아도 그 대상. 한 대사는 소말리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지만 북한의 공작으로 번번이 실패한다. 남북한 이념 대립으로 적대관계에서 소말리아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지만 내전이 발생하자 생존의 문제는 이념과 체제 대립을 넘어선다. 소위 이념이라는 고고한 가치는 사라지고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 생존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  북한 공관이 반군에 의해 털리자 남한 공관으로 피신하는 장면이 이채롭다. 동포애를 발휘하여 북한 대사관 직원 가족들을 들일 것인가? 이념에 근거해 원수(?)들을 매몰차게 거부할 것인가? 안기부 파견 참사관(조인성)은 전향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며 그들을 공관 안으로 들인다.  공관에서 남북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장면에서도 류 감독은 남북이 처한 대립 관계와 인간애를 디테일하게 동시에 배치하고 있다. 함께 식사하는 시간에 음식에 독극물을 타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북한 외교관 가족들의 밥그릇을 자신의 밥그릇과 교체하며 먼저 식사하는 한 대사, 한 대사의 부인이 깻잎절임을 먹을 때 잘 떼어지지 않자 림 대사의 아내가 도와주는 장면, 스크린에는 이러한 갈등과 포용, 대립과 인간애라는 양극단의 부딪힘을 잘 표현해 냄으로써 남과 북의 특수한 상황을 잘 그려낸다.   영화 <모가디슈>는 250억을 들인 한국판 블록버스터다. 감독은 마지막 탈출 장면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자동차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다. 엄청난 총알 세례를 받고도 북한 대사관 직원 한 명만 사망하는 다소 현실적이지 않고 과장된 장면이지만 영화적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심 자동차 탈주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해 냈다. <모가디슈>는 결말보다 과정이 충실한 영화다. 디테일이 살아있고 인간 심리를 절제된 방식으로 잘 표현해 냈다. 연출력이 뛰어나다. 외교관이라는 신분으로 분단이라는 아픔을 딛고 남과 북이 동포애로 하나가 된다는 훈훈한 메시지도 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분단의 상황을 결말에서는 단호하게 처리한다. 비록 동포애 인간애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오래된 영화 공동경비 구역 JSA를 소환시킨 영화 <모가디슈>는 억지 감동을 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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