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 〈1인분 인생〉 C급 경제학자의 따뜻한 넋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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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우석훈 출판 : 상상너머 발매 : 2012.02.29 1인분 인생 우석훈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88만원 세대〉를 읽었을 때였다.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 일단 괴짜라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철학도 보통 독특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이름 석자가 머리에 확실히 각인이 되었다.(책을 읽으면서 그가 자신을 C급이라고 이야기 한 것은 이론을 만들거나 수정하는 학자가 아니라 적용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란다. 자기 폄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아이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에 등장했다. 이 양반 결국 나의 안테나를 벗어나진 못한 셈이다. 그리고 이 책 〈1인분 인생〉에서 자칭 C급 경제학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통쾌한 독설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사고방식 등 재미와 해학이 머리를 즐겁게 한다. 게다가 개뻥, 빙신 등 대중이 읽는 출판물에 적절치 않은 비속어도 자주 등장하지만 지저분하거나 경박스러운 느낌보다는 오히려 진솔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글을 매우 쉽고 편하게 썼다. 대중이 눈높이에 맞추려는 친절함을 발휘했다기 보다는 쉽게 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내공이 깊다는 의미가 아닐까? 과연 우석훈이라는 C급 경제학자가 펼쳐낸 글 잔치에는 어떤 먹을 것이 있을까 ? 그는 자신을 빨갱이라고 떳떳이 이야기한다. 좌파니까… 비주류니까 어쨌든 좌파임을 너무도 자랑스러워 한다. 그가 살아온 궤적을 보면 화려하다. 요즘 시쳇말로 스펙이 짱짱하게 받쳐준다. 프랑스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시간강사 15년, 현대연구원생활, 총리실, UN… 타인이 보기에 그의 이력은 소위 이 사회를 지배하는 우파 지배층이 가지는 전형적인 포장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빨갱이를 자처하고 생태와 자연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별종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주는 풍요와 현실의 안락함을 느껴볼 만도 한지만, 온몸으로 거부하고 마이너로서 살고자 하는 결기가 글속에 진하게 묻어 나온다. 책을 시작하며 그는 명박시대가 가지는 폭력성, 야만성, 후진성에 대해 사정없이 날 선 비판을 가한다. 물론 과거 정부도 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 MB는 나라를 완전히 말아 드셨다고 울분을 토한다. 이 정부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인다고 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는 마치 없어져야 할 열등한 존재인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고 일갈한다. 이 정부는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평가하고, 접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1퍼센트대 99퍼센트 불평등 체제가 자연스럽게 자리하게 되었다고 하니, 1%만 행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란다. 신분상승을 위해서 99%의 하층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봉급을 탈탈 털어 자녀 사교육에 꽂아 버리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꿈을 격하게 꾸어보고, 열정을 담아 피 터지게 노력해야 하는 일 밖에 없다는데 그 마저 경쟁이 심해 좌절과 실패가 일상화된 현실.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줘야 하나’라는 고민 보다는 ‘어떻게 1%안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해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개탄한다. 이도 저도 싫어서 이 땅을 등지고 떠나고 싶지만 명박시대가 종결되는 시기가 올 때까지 부딪혀 보겠다는 그의 말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꿈꾸는 삶이란 무었일까? 모두가 게으르지 않고 노력만 하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살할 일 없고, 아이들은 방과후 집에 와서 맘껏 뛰어 놀고, 미래에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독사같이 달려들지 않고, 하루 주어진 삶을 그냥 성실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이란다. 그는 어릴 적 비록 못살았고,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지만 나름 재미있고, 행복했다는 추억을 떠올린다. 사교육 없이 잘 살았다는데, 하긴 그 당시 사교육 받고 생활했던 학생들이 얼마나 있었겠나? 한국은 왜 노르웨이 스위스 같은 북유럽 국가처럼 될 수 없는가라는 그의 탄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활철학도 꾸밈없이 소개했다. 돈 많이 벌 욕심 없고, 나서지 않고 찌그러져서 생활하겠다고 한다. 비젼이나 꿈 없이 살아가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같이 행복해지는 삶의 철학을 지키겠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가난하더라도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말속에서는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생각방식, 경쟁논리와 완전히 반대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저절로 수긍이 가고,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숭고하게 여기는 그런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그런 삶을 위해서는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범부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자녀에게 그나마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보험용이고, 자녀가 자라 경쟁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은 이 땅의 부모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꼭 위계의 상층부가 아니더라도 자녀가 성장해서 밥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갖고 있는 동일한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이 지금의 체제이다. 꼭 명박시대가 아니라도, 사교육 시장의 팽창은 계속되어왔고 삶은 늘 불안했다. 승자독식 사회가 만들어 지면서, 지배층, 자본가 등 소위 기득권들을 제어할 합리적인 장치들은 전혀 기능하지 못했고 그나마 이 정부 들어 아예 폐기되거나, 작동 불능상태가 되었다. 잘못된 시스템이 고착화 되었는데 어떻게든 올바른 방향으로 틀어보고자 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은 보기가 안스러울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 되어버렸다. 이 비루한 현실의 삶을 넘어 서고자 하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그 시도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은 다르게 전개된다. 그 다름은 선택에 따라 대척점에 위치할 수 있다. 가치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내 것의 일부를 타자를 위해 양보하고,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내 것을 지키기 위해 타자의 고통에 눈을 감을 것이지 말이다. 자본에 영혼을 맡긴 비굴한 삶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소외된 타인을 위해 내 것을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려있다. 물론 ‘내려놓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구지만 막상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을 때 낯설고 거북한 일로 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가치를 마음에 담아두는 삶이 겉은 남루하게 보일지라도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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