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1UNIMO_MULTIBOARD:Brd_Contents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 : 카잔차키스 출판 : 열린책들 발매 : 2009.12.20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는 서사 보다는 철학적 메세지에 초점을 둔 소설이다. 만약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무척이나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르바라는 매우 독특한 실존인물을 소설로 만나, 그의 이야기에 빠지면 새롭고 독특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자유를 품고있는 세상 말이다.
니코스카잔차키스는 현대 그리스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며, 톨스토이, 토프토예스키와 비견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다. 니코스는 실존인물인 조르바를 통해 자유의 의미를 되새긴다. 조용하고 지적인 주인공으로, 저자이자 보스는 탄광사업을 하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거침없는 언행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조르바를 통해 서술자인 '나'는 조르바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 들게 된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며, 신에 대한 조롱,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하여 머리가 아닌 가슴이 작용하는데 익숙한 조르바는 분명 평범과는 거리가 먼 극단의 위치에 서있는 인간이다.
이성을 중시하고, 책과 사색을 통해 살아온 화자 '나'에게 조르바의 삶의 방식과 사고체계는 분명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곧 조르바를 이해하게 되고, 그의 삶의 철학을 동경하기까지 한다. 30대의 조용한 젊은 보스와, 열정과 독특한 사고 그리고 본능이 이성보다 충만한 60대의 피고용자의 조합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지만, 오히려 완전히 상반되는 두 캐릭터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조르바와 보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조르바는 그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알몸을 드러낸 원시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사회적 규범과 제도도 그에게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섹스 자체를 즐기고, 여성을 인격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성적욕구를 해결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 우월주의자 조르바에게 마초가 가지는 비릿한 냄새가 난다. 물론 그에게도 따뜻한 심장은 뛰고 있는 듯 하다. 종교재판 성격으로 한 과부를 마을 사람들이 죽이려 할 때, 조르바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건다. 그의 본능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화자인 '나'가 조르바에게 헤어짐을 고하는 장면은 인상깊다. 혼자서 용감하게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보스와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 하며 "두목 당신이 없으면 나는 어떻게 되냐"는 말과 함께 한숨을 토해내는 모습 속에서, 화자인 '나'와 조르바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끈끈한 인간의 정과 신뢰를 느낄 수 있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조르바가 화자인 '나'에게 던진 말이 머리 속에 맴돈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 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지리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_429쪽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를 묶고 있는 의식의 줄, 관습의 줄을 끊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어쩌면 조르바가 니코스카잔차키스를 향해 던진 말이 오늘을 사는 나에게도 던지는 권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조르바와 같은 사람은 나에게 약간 불편하다. 하지만 그와 같이 살고 싶은 욕망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늘상 욕망은 욕망으로만 존재한다. 카르페디엠...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P480 / '13.12.15 출처 - by East-hi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