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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승욱外 〈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 :   등록일 : 2012-10-02 오전 10:36:37 조회 : 1893 덧글 : 0 추천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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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작가 : 이승욱, 신희경|김은산
출판 : 문학동네
발매 : 2012.06.15

대한민국 부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 이 시대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이 교육이라는 허울로 포장되어 입시에 매몰되어 사육 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게 어디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들 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물신주의를 야기시키고,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확산시켜 승자독식이라는 이기적 사회를 초래했다. 수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이 땅의 교육을 혁신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잘못 기능하고 있는 시스템은 번번히 교육혁신의 길을 막아버렸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우리 아이가 승자독식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사교육에 몰입하여 아이에게 남들과 똑같이 교육의 기회를 주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는 공부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분상승이 아니라 그나마 공부조차 못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잘못된 위기의식이 부모들을 긴장시키고 아이들을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하는 공부기계로 만들어 놓았다.


〈대한민국 부모〉 이 책은 3명의 심리상담사와 인문학자가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실제 경험했던 상담사례들을 담고 있다. 주된 내용이 아이와 부모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 교육의 문제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부모와 아이들은 상당히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에 있다고 한다. 오로지 공부에만 매몰된 부모 특히, 엄마에 의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아닌 부모의 욕망에 따라 공부 잘하고 돈 잘 버는 사람으로 살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에 정말 이 내용이 사실일까 할 정도로 과격한 사례들이 너무도 많았다. 참기 힘든 고통으로 자살을 감행하고, 어려운 상황을 임신이라는 더한 자극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아이들,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를 태연스럽게 뱉어낸다. 학원 화장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대화에서 부모들을 지칭하는 말은 욕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한다. 부모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다. 아이들도, 부모도, 학교도, 더 이상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정상이 아닌 상황을 정상보다 더 자연스럽게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자식은 내 욕망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대상이 아님에도, ‘자식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부모는
자식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자유를 억압하고 타자의 욕망을 강요하는 것 또한 폭력이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인다 하면 학원비 마련을 위해 대리운전과 노래방 도우미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자녀교육에 올인 하는 ‘에듀푸어’ 는 은퇴 후 인생이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또 다른 고통 속에 빠져든다. ‘도가니’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바로 그 자리일 수 있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비젼과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일반국민이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현실의 삶이 너무도 고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좋은 길을 안내해줄 마땅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밀려드는 슬픔과 공포감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부모들도 나와 유사한 감정적 동요를 경험했다고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학교에서 숙제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양한 생각이 교차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 이기에 덜하지만 고학년, 중학생으로 올라가면서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언젠가 이 ‘도가니’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다가온다. 시스템을 탓하고 수정하는 노력은 나의 능력에서 멀어져 있기에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지 고민해 보았다. 이 아이에게 어떤 것을 해 주어야 할까? 아이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아이가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단독적인 존재로 자유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가르침을 줘야 할까? 일단 나의 욕망을 내려놓는 것, 공부를 잘해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한다 해도 아이의 행복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빠처럼 살아라” 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모범적 삶을 살아가는 것, 공동체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위해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의 가치를 아이가 느끼게 해주는 것…, 나열할 것이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내려놓음’이 아닐까?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해? 열심히 해도 행복하지 않은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다 귀찮아, 공부하는 것도 귀찮고, 사는 것도 귀찮아 다 싫다고!”_223쪽


학교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유 없는 자유, 평등 없는 평등이라는 일종의 가상현실이
아니었던가._221쪽


“자신의 결핍을 상대를 통해 채우려는 어리석은 욕망을 멈추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는 관계의 결핍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에서 와요 자신이 타인의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_187쪽


‘부모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곧 가난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처럼 살겠다는 생각은 품어서는 안 될 불효였다. 바로 부모를 부정해야만 효도가 되는 비극이 시작이었다._267쪽



〈대한민국 부모〉 / 이승욱外 / p311 / '12.9.28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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