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스님 / P258 / '12.9.9 by East-hill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가 : 혜민 출판 : 쌤앤파커스 발매 : 2012.01.13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
책을 비교적 빨리 읽는 편이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독서 속도는 다른 독자에 비해 비교적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느리게 읽는 것을 예찬하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나름 多讀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르게 읽는 것이 익숙해 졌다. 그리고 서점에 가면 습관적으로 책을 사고 싶은 욕심에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 수북해 그 책들을 빨리 만나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동하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이 번에 만난 책은 책장을 넘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하나같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버릴 내용이 별로 없다. 글이 있고, 메시지가 있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따라간다.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는 책은 보편성과 단독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공감이 가는 내용과 익숙함이 느껴지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지만 뭔지 모를 고유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 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목스님이 지은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와 유사한 내용과 느낌을 주는 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색깔은 조금 다르다. 좀더 편안하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느낌이다. 물론 어떤 책이 더 나은 책이라고 말 할 수 는 없다. 색깔이 조금 다르다면 다를까?
이 책의 저자인 혜민 스님의 이력이 독특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비교 종교학 석사와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그는 하버드 석사 시절 출가를 했다. 해인사에서 조계종 승려가 되었고, 지금은 메사추세츠 주의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요즘은 승려들도 대중 속에 파고들어 사람들과 적극 적으로 호흡한다. 승려들의 책 쓰기 열풍은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법정,법륜,정목, 혜민 스님 등 많은 승려들의 책이 출간되고 있고, 내용도 우수하다. 종교가 사람들과 유리되어 홀로 존재 한다면 종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기에 대중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혜민스님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미국의 대학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출판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는 일은 아름다워 보인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의 제목을 보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생 가운데 쉼을 가지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지고, 생각나지 않던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마치 고은 시인의 시처럼 말이다.
노늘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서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_ 고은
이 책은 총 8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주제는 휴식이다. 책의 제목과도 연결이 된다. 쉼을 갖고 바쁜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어보라는 것이다. 나머지 7개의 주제는 관계, 미래, 인생, 사랑, 수행, 열정, 종교로 구성되어있다.
관계에 대해서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인생은 주고받음의 연속이기에 머리를 숙이고, 남에게 감사할 것은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고, 용서해야 할 대상 있다면 즉시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용서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용서하지 않고 마음속에 쓴 뿌리를 간직한 채 지내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미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늦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항상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지하철에서 스마트 폰을 가지고 놀기 보다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독서의 중요성도 언급하는데 커피값 두 번만 아껴도 책 한 권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말들도 눈에 들어온다.
수행의 장에서 저자는 무소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을 어느 순간, 놓아야 할 때에 아무런 아쉬움 없이 놓을 수 있는 마음 즉 언제라도 비울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크고 작은 욕망이 내재해 있는 마음을 청소하고 비울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은 범인이 하기엔 마음을 묶고 있는 욕망의 끈이 너무도 질기고 두텁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게 실천하는 분들이 있다. 70년대 미국에 이민을 떠나 이민 생활동안 거친 세파를 참아가며 벌어들인 전 재산을 다 포기하고 중국오지에 선교를 떠난 지인이 있다. 그 은퇴한 노 부부의 삶을 보면 비움이란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그냥 비운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비우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분이기에 존경심이 밀려든다. 이 땅의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소유와 자리욕심 때문에 서로 이전투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凡人들의 선행과 사랑은 더욱 빛을 발한다.
혜민은 종교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예수님 말씀 부처님의 가르침의 본질에 천착해야 함을 강조한다. 기도의 행습보다 기도의 내용이, 수행의 기간보다 깨달음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승려이지만 성서에 있는 말씀에 감동을 받고 삶의 이정표로 삶기도 한다.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고 존중하기를 바라는 그는 실제 목사, 수녀, 신부 등 타종교인들과도 스스럼 없이 교류하고 만남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종교다원주의를 부정하지만 異종교인을 거부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신념과 신앙체계를 가졌다 하더라도 인간 그 자체로는 분명히 존중 받아야 하기에 열린 마음으로 서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
상처받아 아프고 미래가 불안한 이들이게 그리고 쫓기고 지치고 헐떡이는 순간들로 삶을 채우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 혜민스님. 그에게서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울림을 준 글들〉
우리가 괴로운건 우리에게 일어난 상황 때문이 아닙니다. 그 상황들에 대해 일으킨 어지러운 상념들 때문입니다. _39면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_70면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은 내가 가진 ‘자유’입니다._119
아무리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것들을 탐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그를 아무리 대단하다고 여겨도 나에게는 사실 별거 아닌 사람일 뿐입니다._139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입니다._157면
사랑은 노력한다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이 들어간 사랑은 가짜예요_166면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합니다._176면
삶의 고통의 원인은 내 안의 ‘바라보는 자’을 잊고 외부의 사건과 대상에 마음을 빼앗긴 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_193면
나를 욕했을 때 울컥하고 올라오는 그 마음이나, 나를 칭찬했을 때 헤헤거리는 그 마음은 사실 둘이 아닙니다._218면
(이외수선생님께 물어봤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지… ‘존버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 존버여?
“네 스님 존나게 버티는 정신입니다.”_244면
중생은 내가 원하는 식으로 일이 되길 바라고 부처는 본인 앞에 있는 사람이 원하는 식으로 일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부처는 날마다 좋은날이지만 중생은 어쩌다 좋은 나날이에요 _27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스님 / P258 / '12.9.9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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