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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의수 〈아플수도 없는 마흔이다〉 - 이 시대 40대 가장의 아픔이 느껴진다.
  이름 :   등록일 : 2012-10-02 오전 10:24:36 조회 : 1953 덧글 : 0 추천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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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작가 : 이의수
출판 : 한국경제신문사
발매 : 2012.03.15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는 나를 불편하게 하고 마음을 흔들어 놓은 책이다. 물론 ‘불편함’은 책의 내용과 나의 생각이 다르거나,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일말의 반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적나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라는 것이 공감과 함께 전달되기에 단순히 불편함에서 멈추지 않고 가슴을 시리게 한다. 이 불편함의 근원은 ‘존재의 좌절’에서 기인한다. 아무 감각 없이, 주어진 삶을 그저 충실히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문득 눈을 떠보니 이제 나이는 40줄을 넘어섰고, 크게 이루어 놓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앞날이 장미 빛처럼 화려하거나, 밝아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엄중한 현실의 무게감도 더욱 부담스럽게 어깨를 짓누른다. 예전에는 ‘미래’라는 단어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이미 기억상자에 봉인되어 꺼낼 수가 없는 ‘과거’ 가 아름다워 보인다. 40대 가장의 현실은 혼란스럽고 어둡다.


마흔이 되면 세상을 좀 알게 되고, 사람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 꿰뚫어보게 되고, 희로애락을 알게 되지만, 막상 야전에 뛰어들면 세상살이를 안다는 자부심은 맥없이 무너진다. 그래서 마흔이란 나이는 위태롭고 슬프며 외롭기 그지없다._188면




이제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이 선명하게 보이는 40대 가장의 삶을 기꺼움으로 받아 들이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아플 수도 없는 마흔〉 은 이 땅의 40대 가장이 겪어야만 하는 아픔들을 다른 색깔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승진이 누락되어 명예퇴직의 위기에 놓인 직장인들(사실, 명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불명퇴가 더 맞는 말이다.), 퇴직을 한 뒤에도 한참 동안 주택대출을 갚아야 하는 4~50대의 하우스 푸어(House poor), 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친구 말만 믿고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했지만 돌아온 건 깡통계좌였다는 이야기, 인생역전을 위해 매주 거르지 않고 로또를 구입하지만 6개의 숫자는 번번히 예상을 빗겨만 갈 때 “845만분의 1이라는 행운은 나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호사” 라고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40대 가장의 아픔은 가정에서도 예외없다. 급여의 1/3을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지출해야 해야 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고 싶어도 자녀 과외공부 시간이라 10시 넘어 들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40대의 가장은 외롭고 슬프다.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어릴 적 함께한 기억이 없기에 아이와의 대화가 왠지 어색하고, 생경한 것은 일부 가장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낯설어야 할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자리잡은 것은 오히려 비극이다. 나이 어린 상사에게 굴욕을 당하고 가정으로 돌아온 가장에게 안식은 요원하다. 자신이 일궈온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가장은 자신의 비루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땅의 40대 가장이 겪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그리고 싶지 않았던 그림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열심히 그린 자화상은 이미 일그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외롭고 지쳐있는 40대의 가장에게 해줘야 할 위로와 희망의 언어는 무엇일까?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가 제시하는 위로는 희망의 끈과 꿈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아직 살아가야 할 인생이 많이 남아있기에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적 쉼을 가지라고 하고, 자녀들이 가장을 존경하고 가정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렇게 그 동안 줄곧 들어왔고,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조언들이 마음에 큰 위로를 줄 것 같지는 않다. 현실에 대한 40대 가장들의 자각과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들려주는 메시지, 아니 40대의 가장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할을 수행하는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딱 거기까지가 이 책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결국 이 모든 어려움, 고독, 상처들은 각자가 헤쳐 나가야 할 개인의 몫으로 남아있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 까?


“나무는 죽지 않습니다. 그대로 숲의 일부가 됩니다. 〈중략〉
남성의 운명도 이와 같다. 생장을 멈추었다고 나무가 숲에서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듯,
남성 역시 직장에서 물러났다고 삶에 서도 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자라온 그대로 흔적을 남기며 숲의 일부가 된다. 남성의 흔적 역시 인생이란 숲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_ 268면


그 어떤 종류의 아버지가 되었건 우리는 이제 아버지가 되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는 가장이 된 것이다. 마흔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가장이라는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 즐겁지 않은 일터로 나가는 이유도, 낯선 사람을 만나 자신을 팔아야 하는 이유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몸을 굽혀야 하는 이유도 다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서다.
_234면


“버려지고 찢겨 남루해도 보물처럼 가슴 깊숙이 간직한 꿈이 있다. 남들은 헛된 꿈이 독이라고 비웃어도, 세상은 이미 정해진 거라고,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해도 난 내 꿈을 믿는다. 운명의 벽을 넘어 언젠가 훨훨 날아갈 꿈이다. 무거운 세상이 나를 묶더라도 난 삶의 끝에서 웃을 것이다.”_98면(거위의 꿈)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 이의수 / P279 / '12. 9.3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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