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작가 : 정혜윤 출판 : 민음사 발매 : 2012.06.25
삶을 바꾸는 책읽기 서점에 방문하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이 진열되어있다. 독서가 경영의 화두가 되고, 인문학과 철학 열풍이 불면서 독서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방송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이 16권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부서 직원들한테 물어보면 그 정도가 안 된다. 1년에 5권 남짓 읽는다고 하니 공식 통계 보다 더 떨어진다. 짬을 내서 책을 읽으라고 권면과 협박(?)을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책을 선물하고 북클럽을 만들어서 운영하는데도 여전히 쉽지 않다.
역시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확실히 어렵다. 스스로가 자각하여 변화하기 전에는 말이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작가가 있다. ‘정혜윤’ 그녀는 라디오 PD이다. 그런데 책을 썼다. PD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아니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란다. 이력을 보니 전에도 몇 권의 책을 쓴 것으로 나와 있다.
한겨례신문에 ‘정혜윤의 새벽 3시에 책읽기’도 연재한단다. PD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활동이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쓴 책이 허접 하거나, 대충 썼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공의 깊이가 느껴진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책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그 동안 저자가 읽어왔던 책과 경험을 통해 답한다. 8가지 질문은
1.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2.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3.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4.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5. 책이 쓸모가 있나요?
6.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7.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은 있나요?
8.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솔직히 위의 8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직접 경험해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몇 개의 질문을 빼놓고 책이 쓸모가 있는지, 위로가 되는지 책을 읽어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런 질문이다. 더구나 위의 질문들은 솔직히 너무 건조하다. 초중고 시험문제처럼 건조하고 투박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답변으로 적어놓은 내용들은 너무 멋지다. 맛깔 스럽다고 해야 하나...
왜 그럴까? 책을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삶을 이야기 한다. 그 것도 아주 맛있게 말이다.
책을 왜 읽냐는 질문에 대해 굳이 답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진부하고 상투적인 답변이 나오기 일쑤다. 마음의 양식, 지식의 섭취, 교양차원에서 등 그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내용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아들에게 책 읽으라고 할 때, 그대로 사용했던 전형적인 클리쉐이다.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책을 읽냐? 라는 질문에 저자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책을 읽는 시간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시간을 만들 수 있겠나 생각해 보았다.
여유시간은 내일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잘 먹고 푹 자 둬야 하는 시간 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어떤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비참함과 모욕을 참아야 하는 순간, 굽실거려야 하는 순간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흘려 보내는 시간도 있지만 밤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녁에 깨어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중략) 내 손으로 기쁨을 창조해 보고 싶다는 것, 어떻게 해서든 인간적으로 좀 더 훌륭해지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갈망 안에는 이런 마음들이 떠돌고 있습니다._39면
우리 안에 꿈틀 되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게 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 만큼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 ‘나를 키우는 시간’ 은 시간의 척추입니다. 우리 몸에도 척추가 있지만 시간에도, 영혼에도 척추가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우린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질 것입니다.”_4 0
사유하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자주적 삶이 아니라 길러지는 삶, 사육되는 삶이라고 한다. 책을 통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삶. 바로 인문주의적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니체는 복종하는 자는 결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해야만 했다.”라는 말은 외부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자기 주장은 없는 삶이라는 것인데, 책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대면할 수 있으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삶이 불안 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냐는 질문은 오히려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치환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달리 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세상이 너무도 서글프고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거대해 보이지만 책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장 노동자가 해고된 이후 저자에게 찾아와 책 읽기 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편으론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에 왠 책 읽기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해고 노동자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했다고 한다.
“우리는 해고 당했지만 복직하고 싶죠. 일을 하고 싶죠. 꿈이에요. 그런데 꿈이 이뤄져서 복직이 된다 해도 야, 이제 복직되었으니 다 되었다. 하고 살고 싶지가 않아요. 〈중략〉
우리는 이제 남들이 우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처지에 몰렸어요. 공장에 돌아간다 해도 예전과 다른 인간이 되어서 돌아가고 싶어요.”_74
불안한 삶이기에 더욱 책을 읽어야 한다는 역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책을 읽어야 하는 동기가 된다.
책은 위로를 줄까? 그렇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에 비추어 보는 경험이 생기기에… 그리고, 말로 표현을 하게 되면 위로가 다가온다. 책을 통해 타인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책은 독자에게 특히 상처받은 자에게 위로를 준다고… 누군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정리시켜주는 것과 망각하게 하는 것이지 참된 위로를 줄 수는 없다고 한다.
자기계발이란 무엇인가? 자기계발은 스펙쌓기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아니라 자기본성을 완벽히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자기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잠재력의 발견이 음악이나 미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의미이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자신의 경험을 좀더 큰 맥락 안에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변화가 충분히 크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이 쓸모가 있다면 바로 이 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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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책은 헛된 꿈과 절망적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보고, 잠재력을 발견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일갈한다. 자기계발로 포장되어 그 책을 읽으면 무엇이든지 될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책, 특히 긍정심리학에 기반을 둔 책들은 헛된 희망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 설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낯선 것을 오히려 익숙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는 책 읽기 지침서가 아니고, 교과서도 아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민 낯을 제대로 보고,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야기한 ‘누군가가 책을 읽는 이유’를 나열한 부분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누구는 책을 읽고 자신을 합리화 하는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남을 무시하고 거나 합리화 하는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사기 치는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우정을 쌓고 누구는 책을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슬픔을 극복하고 누구는 책을 읽고 힘을 얻어 자기를 뛰어넘고…
나는 과연 책을 읽고 무엇을 할까?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정혜윤 / p 249 / '12.7.19 - 출처 : by East-hi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