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1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작가 : 츠지 히토나리 출판 : 소담출판사 발매 : 200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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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쳐라〉를 읽고 바로 이 책 〈냉정과 열정사이〉를 집어 들었다. 비슷한 사랑이야기인데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다르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 감정 묘사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을 다루었다면, '냉정과 열정사이'는 성인의 다소 끈적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역시 영화로 보지 않았고 책을 먼저 읽었다. 영화는 누가 영화파일을 보내 줘서 메모리 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이태리를 배경으로 미술품 복원가라는 다소 독특한 직업을 가진 쥰세이가 옛 사랑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러브 스토리이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서로 연인으로 오래동안 가깝게 지네다가 쥰세이의 아버지의 강권에 못이겨 아오이가 쥰세이의 아이를 낙태하고 떠난다. 하지만 쥰세이는 그 사실을 한 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된다. 아오이와 헤어지고 쥰세이는 이태리에서 미술품 복원가로서 살면서 이태리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열아 메미라는 여인과 교제를 한다. 마음을 교통하고,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사랑이 아닌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관계를 가진다. 적어도 쥰세이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메미의 쥰세이에 대한 감정은 다르다. 육체적 사랑 뿐만 아니라 마음을 주고, 그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
쥰세이에게는 미술가 할아버지가 있다. 쥰세이의 엄마는 자신의 아버지의 외도로 자살하고, 할아버지는 그런 쥰세이에게 더 마음을 준다. 쥰세이도 할아버지를 따른다. 쥰세이의 아버지는 시쳇말로 양아치라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 재산에만 관심이 있고 쥰세이에게는 관심이 없다. 쥰세이의 애인 아오이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했던 것도 막대한 할아버지의 재산이 분산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메미와의 사랑은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였다. 마음과 몸이 분리된 유체이탈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메우기 위해, 특정 여인이 아닌 단순한 대상으로서 메미를 인식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모를 수 있는가? 소위 헷갈린다는 말인데, 내가 타인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묘사된 쥰세이가 메이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정해지지 않은 흐릿함 보다는 아오이를 대신할 대타 정도로 받아들이는 수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쥰세이와 아오이가 연인으로 있었을 때 아오이의 30세 생일에 이태리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다. 쥰세이는 아오이를 잊지 못해 헤어진 후에도 결국 나올거라는 확신도 없이 두오모에서 아오이를 기다린다. 쥰세이는 결국 아오이를 만난다. 그리고 4일동안 8년전의 연인이였던 시절로 돌아가 서로를 확인한다. 그리고 서로 헤어진다. 쥰세이는 아이오를 기차 플랫폼에서 떠나 보내며 갈등한다.그녀를 보내지 말았어야 하나, 아니면 그녀의 의지대로 보내 주었던 것이 맞는 행동이였을까? 아오이가 가는 행선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기차가 있다. 쥰세이는 갈등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설명이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된다. 그녀를 다시 가서 붙잡아야 한다면 그것은 열정이고, 서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냉정일 것이다. 그래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갈등하는 쥰세이의 마음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그다지 감정이 동하지는 않았다. 요즘 사랑이야기가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내가 나이가 먹어서 일까?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분비가 되어서 눈물 샘이 더 잘 터진다고 했는데 다 맞지는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 두오모에서 두 연인이 만나는 장면 만큼은 클라이 막스 답게 내안에 떨림과 울림이 .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소설의 엔딩 장면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쥰세이는 과연 아이오를 만났을까?
p254
나의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중략)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올려 퍼지게 해야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 P261 / '12.5.14 출처 -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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