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한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기와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갈색 낙엽만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푸른 잎사귀도 떨어진다. 그래서 죽음은 인간에게 항상 가까이 있다. 죽음이 주는 상실의 고통은 이 땅에 남아있는 자의 몫이다. 죽음 뒤에 우린 고통을  맞이해야 한다. 슬픔과 고통이 없는 상실은 없다. 그래서 저자는 C.S. 루이스의 말을 인용하여 고통과 사랑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사랑의 기쁨을 누리는 모든 자에게 상실의 고통도 함께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은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치유된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슬픔은 상실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말이다.

저자는 슬픔에는 다섯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퀴블러의 슬픔의 5단계다. 충격으로 인해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에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 분노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보살피지 못해서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다른 슬픔이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청을 하는 타협의 단계로 진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곧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절망감이 찾아오고 충분한 절망의 단계를 거친 후에는 실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로 슬픔을 경험한다고 한다.

퀴블러로스는 상실의 고통이 찾아왔을 때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스스로에게 줄 것을 조언한다. 상실의 현실을 수용하는 슬픔의 마지막 단계를 경험한다 할지라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슬퍼할 때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 하지 말고, 눈물샘의 눈물이 완전히 마를 정도로 충분히 울어야 한다고 전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실컷 울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든 적이 많다. 하지만 우린 눈물을 참는 것을 강요당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런 잘못된 교육이 상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사랑하는 자의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벌받고 있다는 느낌이 지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착하고 바르게 살면 고통에서 해방될 것을 기대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통제하고 완벽해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오히려 자신을 괴롭힐 수 있다고 전한다. 강해지려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려 해도 상실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용감하게 행동할 이유도 필요도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강해져야 한다거나, 일상에 빨리 돌아 오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일에 몰두 시키는 일도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고통에 저항하지 말고 슬픔을 그냥 있는 그대로 맞이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애도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슬프다고 해서 사자(死者)와 있었던 추억과 기념일을 억지로 잊으려 할 필요 없이 기념하고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배에 참석하고, 사랑하는 이의 무덤에 방문하고 친구나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애도의 방편으로 고통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이의 옷과 유품을 다루는 의식도 슬픔을 쉽게 진행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은 인간에게 부여한 공통 화두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사건 앞에서 고통 없이, 슬픔 없이 지나 칠 수는 없다. 애도와 슬픔의 기간을 지내면서 우리는 일상의 현실에 서서히 녹아들어 간다. 고통을 극복했다고 해서 슬픔이 끝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슬픔에 종결이 어찌 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아무리 기억의 박물관에 상실의 사건을 가두려 해도 가둘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된다. 다만 어떤 상황이나 사건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들을 다루는 인간의 생각과 태도는 변할 수 있다. 그것이 극복의 과정이다.  많은 조언이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상실의 사건에 대해 슬픔의 과정을 거치되 충분히 슬퍼하고,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상실의 아픔이 여러 번 있었다. 조부모가 돌아가시기 훨씬 전에 아버지의 죽음을 감당해야 했고, 이후에 조부모와 이별을 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 상실의 슬픔보다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주었다. 충분히 깊이 관계하며 사랑했다면 무척이나 슬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오히려 무덤덤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지금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 언젠가 그들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비록 죽음에 정해진 순서가 없지만, 내가 먼저 죽게 될 경우 가족이 큰 슬픔과 절망에 빠지더라도 현존할 때 충분히 사랑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그들이 슬픔의 과정을 충분히 지나가며 일상의 삶을 잘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