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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김혜형 〈자연에서 읽다〉 - 자연 거기 그대로
  이름 :
(peterfine)
  등록일 : 2018-11-27 오전 10:09:10 조회 : 4584 덧글 : 0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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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읽다

저자 김혜형

출판 낮은산

발매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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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시골에 살기란 쉽지 않다. 도심의 삶은 번잡하지만 편리하다. 복잡하지만 재미가 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의 장점을 포기하고 자연을 동경하여 시골의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많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거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에 시골로 이주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관심 있게 찾아 보고 있다. 시골 생활 경험담을 보면 낭만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기대와 달리 마주해야 할 고달픈 현실에 대한 고백도 함께 있다. 어쨌든 타인의 경험은 참고용으로 족하다. 자연과 사는 삶을 즐긴다면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도 나쁘진 않을듯싶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삶의 터전을 바꾸어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김혜형 작가가 <자연에서 읽다>에서 시골 생활을 담백하게 녹여냈다. 저자는 봄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다른 색깔의 자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읽었던 책과 자연을 연결하여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소소한 이야기들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얻은 자연의 속성과 문학적 감수성이 결합되어 독자를 유혹한다. 자연이 선사한 각종 나물들의 이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시골에 함께 있는 느낌을 받는다. 파드득 나물, 섬초롱, 원추리, 머위, 개망초 등 자주 만나기 힘든 나물들, 게다가 농약에서 자유로운 자연산 유기농 나물들로 식탁을 채운다는 저자를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봄이 나물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각종 벌레와 동물로 채워진다. 저자는 미생물의 존재가 자연을 정화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착한 존재임을 독자에게 안내한다. 야생동물의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 대신에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비방도 소개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연은 자신 스스로 알아서 방어한다. 하지만 인간은 화학 물질을 통해 농작물의 상품성을 확보하고 수확량을 늘이려고 노력한다. 결국 일시적으로 자본의 힘으로 자본을 얻게 되지만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온다. 말 그래도 자연을 자연 그래도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주장한다.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자본의 폭력성을 고발한 저자의 심정이 글을 통해 전해진다.

기실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온 먹거리들의 원천을 살펴보면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인위적이라는 말이 단순히 가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이 한 장 크기의 닭장에 갇혀서 알을 낳고, 살충제로 목욕하고, 집단으로 도살당해 결국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닌가? 가축 사육은 철저히 효율과 상품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의 힘을 더욱 필요로 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힘을 거치지 않은 농산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요즘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얻은 작물도 먹고 있지 않은가? '더더더'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 자연이라는 의미는 사라진다.

자연 속에서 인생 2 막을 살기로 결정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게다가 시골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서 그의 결정은 더욱 빛이 난다. 적막한 곳에 홀로  있음을 즐긴다는 저자의 고백을 통해 타인보다 훨씬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은 조용히 홀로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저자는 결코 불행하지 않을 듯하다. 자연의 생명력을 몸으로 느끼고, 느리게 생각하고, 책과 함께 생활하는 저자가 부럽다.

<책 속으로>

흙 속으로 침투한 살충제가 끼칠 생태계 교란의 해악과, 작물을 통해 우리 몸에 일으킬 나쁜 연쇄 반응을 근심했기 때문이지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이 흙 속에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공동체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눈앞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죽음의 전령사가 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_99쪽

단지 인간의'편리함'을 위해서 새로운 종의 동식물을 개발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까?_119쪽

사실 자연에는 익충도 해중도, 선도 악도 없어요.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의 놀라운 섭리가 있을 뿐입니다. _160쪽

자기 경험에 의존해 사고의 틀을 짓고 그 제한된 틀로 세계를 해석하는 일은, 불확실한 세상을 사는 우리가 불안을 견디는 한 방법입니다. _171쪽

타인의 슬픔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마음이 많다면 세상의 고통과 슬픔의 절대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_191쪽

마음의 힘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든 메우려고 몸부림치게 됩니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여 그렇지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결핍ㅇ르 메울 수 없습니다.
_272쪽

<자연에서 읽다> / 김혜형 / East-Hill / 17.9

[출처] 김혜형 <자연에서 읽다> - 자연 거기 그대로|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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