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주의보 발령. 승용차 운행을 삼가시기 바랍니다.-서울특별시’

강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서울 시내 주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5월들어 전국적으로 오존주의보를 31회 발령했다. 이제 날씨 정보와 함께 미세먼지 예보나 오존주의보를 살펴보는 것은 일상화됐다.

최근 몇년간 오존주의보 발령이 잦아졌다./연합뉴스

오존(O₃)은 산소 원자 3개로 구성된 분자로 지상 12~50km에 해당되는 성층권에 다량 존재한다. 오존은 자외선 차단, 공기 정화, 살균·소독 등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도 한다. 문제는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이 대기중 오존 농도가 높은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오존주의보를 발령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심장질환 혹은 폐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 어린이들은 장시간의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 ‘나타났다 사라지는 도깨비’ 오존

  성층권에 다량 존재하는 오존은 파장 길이가 짧은 자외선을 만나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산소(O₂)와 산소 원자(O)로 분리된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자외선 A, B, C로 나뉜다. 생활 공간인 지상 1km 고도에 도달하는 자외선은 파장 길이가 긴 자외선A로 오존층에서 10% 정도만 걸러진다. 자외선B는 오존층에서 90% 이상, 자외선C는 100% 걸러진다.

 지표 부근까지 도달하는 자외선A는 지표면에 존재하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와 같은 질소산화물(NOx)을 분리한다. 이산화질소의 경우 일산화질소(NO)와 산소 원자(O)로 분리된다. 이 때 생긴 산소 원자(O)가 대기 중에 있는 산소(O₂)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결합하면 오존(O₃)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오존이 다시 대기중의 일산화질소(NO)와 반응해 이산화질소(NO₂)와 산소(O₂)로 바뀐다. 결국 돌고도는 반응에 따라 ‘도깨비’ 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오존이다. 시간대별 오존 농도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일평균 오존 농도는 의미가 없다. 정부는 시간대별 평균 및 8시간 평균 오존 농도를 공개한다.

 ◆ 대기중 오존농도 줄이는 대책 ‘오리무중’

 ① 성층권 오존층 약해져 자원선 양 많아진 게 원인

 최근 몇 년간 오존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대기중 오존 농도가 높아진 이유는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층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표로 쏟아지는 자외선 양이 많아져 광화학 반응이 활발해졌고, 그만큼 대기중 오존 농도가 높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측정한 성층권의 오존층 모습. 오존층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NASA 제공

②대기 오염물질도 영향...그러나 줄이면 역효과 날 수도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증가한 탓도 크다. 오존은 질소산화물 뿐 아니라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과도 활발하게 반응한다. VOC는 대기중으로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을 통칭한다. 대기 중 VOC의 절반 가량은 자동차 매연에서 발생하며 스프레이나, 페인트 등 각종 화학제품을 사용할 때도 나온다. 

그렇다고 질소산화물과 VOC 배출을 줄이면 오존 농도가 낮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산화질소에서 분리된 일산화질소는 오존과 반응해 이산화질소와 산소로 분리되기 때문에 오히려 오존을 없애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도시 지역에서 이산화질소(NO₂)를 무작정 줄이면 오존 농도가 오히려 올라갈 수도 있다”며 “특정 지역의 오존 농도를 장기간 측정한 데이터를 토대로 질소산화물을 줄일지, VOC를 줄일지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아 오존 농도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③ 바람이 성층권 오존 퍼트리는 역할도

 바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질소산화물과 VOC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지역의 경우 자외선이 강한 낮에는 오존 농도가 높아지지만 밤에는 반복 반응의 영향으로 오존 농도가 낮아진다. 하지만 지상 10km 부근에 있는 고농도 오존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 밑으로 퍼질 수도 있다.

 김진영 연구원은 “결국 건강 유해성이 있는 오존은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