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에 투자하는 이유]

김용규·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최근 이동통신용 주파수(frequency) 경매를 4월 말에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과 2013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인 주파수 경매는 이동통신사들 간 '전(錢)의 전쟁'으로 불립니다. 경매에 참여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각자 원하는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받는 데 쓴 금액(최종 낙찰가)은 모두 합쳐 2011년 1조7015억원, 2013년 2조4289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진 3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처럼 통신업체들이 주파수 확보를 위해 조 단위의 액수를 투자하는 이유는 주파수가 통화 품질과 스마트폰의 데이터 내려받기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자원' 주파수는 이통사의 경쟁력

 주파수는 무선(無線)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받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작업이 '주파수'에서 이뤄집니다. 이동통신업체에 주파수는 음성 통화·문자·데이터라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같습니다.

 주파수의 사전적 정의(定義)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가 1초간 진동하는 횟수'입니다. 이 진동에 음성·데이터 등의 정보를 실어 보내는 겁니다. 인간의 소리 역시 '주파수'를 통해 전달됩니다. 소리를 낼 때 공기의 진동이 생기고 이것이 인간의 귀에 도달하는 형태입니다. 이동통신에선 인간의 소리 전달에 쓰이는 주파수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 대역을 씁니다. 진동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실을 수 있습니다.

 주파수를 나타내는 단위인 ㎐(헤르츠)는 1초간 진동 횟수를 가리킵니다. 예컨대 1초에 100만번 진동하는 주파수는 1메가헤르츠(㎒)입니다. 이론상으론 진동 횟수만 다르게 하면 무한한 주파수 자원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이통업체가 쓸 수 있는 주파수 자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주파수 가격이 비싼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주파수 중에서 300㎒(메가헤르츠·초당 3억번 진동)에서 3㎓(기가헤르츠·초당 30억번 진동) 사이가 이동통신 용도 등으로 사용됩니다. 너무 높은 주파수 대역을 쓰기엔 아직 기술 개발이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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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화도 주파수 자원을 희소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스마트폰 한 대로 자유롭게 통화를 하려면, 공통의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정합니다. 현재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역은 700~900㎒, 1.8㎓, 2.1㎓, 2.5~2.6㎓ 등입니다. 각국 정부는 이런 주파수를 자국의 이동통신업체에 배분합니다.

 주파수 가격은 4~5년 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부터 더 비싸졌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양이 폭등하면서 필요한 주파수 대역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휴대전화로 음성 통화만 했는데 이때는 소량의 주파수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스마트폰에서 영화·드라마 같은 동영상을 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쓴 데이터양은 무려 18만9657테라바이트(TB)입니다. 1TB는 고화질 영화 730여 편을 실어 나르는 크기입니다. 한 달 동안 영화 1억3000여 편을 실어 나를 주파수가 필요한 셈입니다. 이통사들 사이에선 "계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에 비해 주파수가 부족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블랙아웃(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능이 되는 현상)이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낙찰받아도 일정 기간 사용 권한만 인정

이통사가 경매에서 주파수를 낙찰을 받아도 이를 소유하지는 못합니다. 대개 10년 정도의 기간에 해당 주파수를 이용할 권한만 갖습니다. 주파수가 국가의 희소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주파수가 이동통신, TV, 라디오, 위성통신, 항공기 통신 등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정부가 나서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파수를 경매 방식이 아니라,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업체를 정해 나눠주는 방식을 주로 택했습니다. 하지만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통사 간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서 현재의 주파수 경매로 바뀌었습니다. 주파수 경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교수가 처음 제안한 뒤 관련 연구들이 진행돼 왔습니다.

처음 실시한 국가는 지난 1989년 뉴질랜드였습니다. 미국에선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주파수 경매가 이뤄졌습니다. 많은 유럽 국가는 지난 2000년 전후에 3세대 이동통신(3G·W-CDMA)용 주파수를 나눠줄 때 경매제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주파수 경매는 세계 각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에 도입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 주파수 700㎒, 1.8㎓, 2.1㎓ 대역에서 각각 한 블록, 2.6㎓ 대역에서 두 블록 등 총 5개 주파수 블록을 경매에 내놓습니다. 이 중 3개는 할당받으면 바로 광대역(廣帶域) 주파수거나 기존 보유 주파수와 결합해 광대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광대역 주파수에 대해선 사실상 한 이통사당 1개만 낙찰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는 특정 이통사에만 좋은 주파수가 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주파수를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정부는 참여자들의 담합으로 낙찰가가 자칫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합니다. 그렇다고 낙찰가가 과도하게 높아 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유럽 이동통신사들이 수십조원씩 주고 주파수를 샀지만 정작 이동통신망(網)에 투자할 자금이 고갈돼 한동안 유럽 일부 지역의 통신 서비스 품질이 낙후됐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올 4월 말 성공적인 주파수 경매 결과를 위해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용규·한양대 경제학부 교수]